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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하고 정교한 작업카테고리 없음 2020. 9. 25. 12:56
튼튼하고 정교한 작업
산호 구간을 따라가며 살피노라면 그것들이 전부 움직이지 않는 견고한 구조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인상은 틀린 것 이다. 경산호가 있듯이 똑같이 연산호도 존재한다. 산호초에서는 양자가 다 보이지만 그것들은 축조방식에서 서로 구분이 된다. 연산호폴립은 딱딱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침상체(Sklerite)239)라는 것을 분비하는데, 이 것은 결정질의 바늘 같이 생긴 것으로 폴립은 이것을 제 교질조직 속에다 침 적시키는 것이다. 그 모양은 아주 근사해 보이 며 이것으로 인해 탄력을 지닌 구조물이 생성되게 되지만, 단단한 사촌들과는 반대로 죽고 나면 별로 남는 것이 없게 된다. 대표적으로 가장 견고한 산호는 흑산호다. 유일하게 흑산호 가 보이는 곳은 또한 상당한 깊이의 수심에서인데, 여기서는 광합성도 해수 면 근처와 같은 강도로 진행될 수가 없다. 그만큼 흑산호의 성장은 더디며, 이것이 흑산호의 장점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산호 그루들은 천천히 자랄 수록 그만큼 더 견고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런 튼튼하고 정교한 작업은 예로부터 장식품산업의 관심을 사기도 했다.
유행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흑산호만이 아니다. 붉은색의 산호 또한 구글(Google)에서 ‘적산호(Rote Koralle)’라는 개념을 쓰면서 건강에도 좋다는 팁을 곁들인 가운데 처음으로 ‘멋들어진 목걸이와 팔찌’를 출시했을 때도 그 와 같은 인기를 누렸다. 팁을 곁들인 것은 적산호가 관절통과 골다공증을 막 아주는 약제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분명 칼슘이 들어 있기는 하 니까 말이다. 공급업자가 싱글거리며 아리I오)’ 같은 말까지 덧붇일 땐 정말 끔 찍하다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
“적산호는 임산부나 어린이에게 일상의 위험이나 부정한 마법을 막아주 는 좋은 보호석이지요.” 맙소사! 아침이면 늘 만나는 빵집주인의 눈초리가 사악하게 보일 경우에 도 그런 부적을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이며, 어머니들이 운행하던 자동차가 이 상해져서 잘 다루지 못하고 길가의 나무에 쓸어박게 되는 것도 당연히 산호 한 조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술 더 뜨는 말도 한다. “적산호는우리의 영적인 생활에 특별한 영향을 미 쳐서 그걸 사용하는 동안은 우리에게 빛의 위안과 체험을 가져다준답니다.” 사용한다고? 그거 재미있군. 산호를 어떻게 사용한단 말인가? 그걸 가져 오나? 그럼어디에다?“적산호는 지상에서 신들의 피를 나타내는 징표가 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의 생활감정 및 동료관계나 우정에 대한 욕구도 강화시켜 줍니다.”
그럼 그렇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제 산호를 가지고 수다를 떨다 보면 언젠 가는 진정한 교제에 대한 욕구가 생길 것은 뻔하지 않겠는가. 이어서 그 헛소 리는극에 달하게 된다.
“부정한 힘, 사악한 시선, 혹은 마법에 반응을 보이는사람은 적산호나 흑 산호의 가지 하나쯤은 늘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아하, 가지 하나라고! 그 이유는 이렇게 말한다. “이 산호가 유달리 뿌리차크라나 성차크라(Wurzel-oder Sexual-Chakra) 에서 에너지를발산하기 때문이지요.”하, 이제야 털어놓는군! 그러니까 바지 속의 작은 폴립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라딘어 Spicula에시 온 말인다. 차크라<Chakni>는 산스크리드어 따에서 온 말로. 힌두교의 탄트라 경선이나 요가 둥에서 많하는 인세의 에니지 중심 여러 군데 롱 뜻한다. 뿌리차크라는 회음부. 성차크라는 엉치혀 부위랍 안한다고 한다. 고 녀석이 다시 작은 팔을 뻗치도록 말이다. 그러 기 위해 사람들이 수십만 년 넘게 자란 구조물을 조각조각 잘라내서 맥없이 늘어져 있는 자들에게 팔아먹는 것이다. 그들이 양 어깨 사이에 연산호를 걸 치고서 뭔가 딴딴해지는 꿈이라도 꾸도록 말이다.
산호는 쉽사리 다루지 못할 만큼 상당히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 만 거기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해류나 파도도 그것을 몰아세운다. 조개들 은 산호 석회층을 뚫고 들어감으로써 산호 그루에 닻을 내리며, 해면들은 그 표면에 발을 디디려고 산호를 산으로 부식시킨다. 열대의 폭풍은 산호초를 통째로 파괴해버 리기도 한다. 그러면 다시 모래가 되겠지만, 그러나 그 현란 한 모습은 무엇보다도 우선 역사이다. 산호에게 정말 결정적인 상황이 초래 되는 경우는 수중의 염분이 특정 수치 아래로 떨어지거나 혹은 물이 너무 차 가워진다든지 너무 뜨거워질 때이다. 우리가 나중에 살펴보게 되겠지만, 기 온과 수온은 서로 의존적이다. 과도한 기후변화는 대기권에는 물론이고 바 다에도 똑같은 불행을 초래한다.
왜냐하면 극단의 온도는 산호에 세 들어 사 는 녀석들을 추방해버 리기 때문이다. 갈색공생조류는 더 이상 광합성에 유 리한 조건들이 없다고 보이면 그 숙주를 떠나버 린다. 그러면 조류들이 동시 에 맡았던 색소의 역할이 없어지기 때문에 그것은 창백하게 색이 바래고 결 국에는 사멸하게 된다. 산호초의 공동체가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몰 락하는 유령도시 위로는 조류들이 무성하게 자라며 밭을 이루게 된다. 시간 이 지나면서 식물을 섭식하는 물고기들과 다른 채식자들이 나타나며 막 생 겨난 초지에 달려들어 뜯어먹는다. 적어도 그들만은 산호초의 죽음에서 이 득을 보는 셈이지만, 그런 조건에서는 물론 산호의 새 그루가 자라나지는 못 한다.우리의 온전하고 멋진 산호초로 되돌아가자.
그새 오후가 되었다. 위풍당당하게 생긴 능성어 (Zackenbarsche)2'⑴ 한 녀 석 이 흰 색깔을 내는 뇌산호(HimkorallenF) 군락(그들도 그 외모 때문에 그런 이 름으로 불린다) 위를 유유히 행진하듯 지나간다. 녀석은 아주 편안한 인상을 주 는 것이, 꼭 나이가 지긋하신 인정 많은 아저씨 같다. 파란색의 고리 무늬를 지닌 두족류 새끼도 그 모습을 본다. 고 놈이 능성어에게 바짝 접근해 가는 데, 녀석은 인정이 많기는커녕 아주 사악한 아저씨라고 해야 한다! 녀석의 술책은 해를 끼칠 것 같지 않도록 친절한 몸짓을 보여서 먹잇감이 조심성을 죄다 놓아버 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럼 그런 다음엔? 능성어는 가만있다가 도 즉각 내달려나갈 수가 있다. 표범문어(Blauring-Oktopus)243>에게 뭔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진화 양은 놈의 멋들어진 파란 고리 무늬에 암호를 넣어두었다. 그건 바로 “<4를 잡아먹는 자는 멍청한 녀석이 다”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어린 새끼가 독성을 가지고 있디는 뜻이다. 산호초에 사는 많은 생명체들은 약탈자들을 놀라게 하여 물리치기 위해 일 부 환상적인 색깔을 도입하곤 한다.
예로 든 표범문어는 세계에서 가장 맹독 성을 지닌 동물들 중의 한 놈이다. 놈이 사람을 한번 쏘기라도 하면 몇 초 안 에 사망할 수도 있다. 능성어도 그 점을 알고는 파란 고리무늬를 지닌 놈을 그냥 가도록 놔둔다. 그렇지 않아도 녀석은 떠다니는 몇몇 조류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던 참이다. 그것은 파도에 따라 위아래로 흔들거린다. 그런데 그 안에 조류가 아닌 뭔가가 들어앉아 함께 흔들거리며 꼭 조류처럼 행세를 한 다. 위로 아래로 계속 흔들흔들한다. 기가 막힌 위장술이 꼭 대학생 조직원들 (Burschen)의 수준은 될 법하다. 그러나 충분히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쪼그만 오징어(Sepia) 새끼로 역시 두족류에 속하는 놈이다. 능성어는 정확하 게 알아본다. 독이 있을까? 독성은 없는 놈이다. 그럼 덮치자. 녀석은 단 한 번의 힘찬 도약으로 앞으로 튕겨나가며 그 푸성귀가 있는 곳의 한가운데로 돌진한다. 농어목 능성어아과(Epinephdinae)에 속한다. 돈산호의 일종으로 학명은 Faviidie이다. 호은 Bkiugeringdten Kniken이라고도 하고 •파란 고리무늬 문어’라는 의미로. 표범무늬문어속의 두호누유’ 말 하며 학명은 Hapalocbkuma이다.
조류와 함께 흡반을 가진 놈까지라니. 어흠, 거 맛이 괜찮군. 언제 그랬냐 싶게 녀석이 금세 다시 인정 많은아저씨 행세를하는동안또 한 번의 공격이 더 행해지려 한다. 한 쌍의 천사고기(Zwergkaiserfische?4쇠가 자그마한 돌산호에서 조류를 뜯어먹다가 거대한 보석 안티아스(Juwelen- Fahnenbarsche)245)떼가 접근해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채식자 녀석들 이 죽 늘어서며 자신들의 정원 구역을 지키려고 있는 힘껏 방어를 하지만, 이 떼가 워낙 우세하여 별로 남는 것이 없으면서도 흥분해서 쏜살같이 이 리저리 내빼다가 줄곧 다시 무모하다 싶을 만큼 상대방의 떼거리 속 = 돌진하곤 한다. 천사고기의 거친 행동주의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안티아스들은 산호 를 다 뜯어먹어 민둥머 리로 만들어 놓고는 배가 불러 가던 길을 가버 린다. 그 러는 동안 초현실주의를 연상시키는 색깔의 광대새우(Harlekin~Gamelen)246) 세 마리가 오렌지색과 녹색 의 불가사리 한 마리를 불산호(Feuerkorallen)") 가지 아래로 끌고 들어가 거기서 함께 녀석을 찢어 헤친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는 잔가지들이 돋아난 거대한 보라색 부채뿔산호가 산호초 바위산둥 위로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양치류 모양으로 몇 미터나 되 는 높이의 덩치가 드리운 그늘 속에서는 또 다른 드라마가 시작되려는 참이 다. 코뿔나비고기(Langmaul-Pinzettfisch)") 한 녀석이 곰치(MurMe)2이의 관 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뱀장어 같은 몸을 가진 놈이 천천히 녀석 바로 아래 의 바위틈에서 구불거리며 몸을 내민다. 곰치 놈에게 상황은 뻔해 보이는 것 이, 노랗게 생긴 멍청이 꼬마 녀석이 왠지는 모르겠으나 자꾸만 뒤꽁무니를 부채뿔산호의 가지 끄트머리에 대고 밀치면서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는 모 양이다. 놈은 멋들어진 허리치기로(곰치는 몸 전체가 거의 허리로만 이루어져 있음) 휘휘 돌며 치솟더니 나비고기의 머리를 공격한다. 녀석은 기겁을 하며 재빨 리 내빼버 린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다. 헌데 이번엔 뭔가 맞지가 않는다. 놈 이 그 녀석을 어쨌든 잡았어야 하지 않는가! 놈은 어리둥절해 하며 자신이 있던 틈으로 미끄러져 돌아가서 왜 그랬는지 궁리를 해보려 하지만, 그건 해가 다 가도록 종일 생각해봐야 곰치의 이해력을 뛰어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