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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은 세계를 파괴할 수가 없다
    카테고리 없음 2020. 9. 25. 00:55

    인간은 세계를 파괴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우리도 진화 양의 모성을 기대하지는 말도록 하자. 그녀는 그런 것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며, 또 자연에게는 인간이 거기서 살든 말든 매한가지다. 인간은 세계를 파괴할 수가 없다. 인간은 단지 그 자신의 세계만을 파괴할 수 있을 뿐이다.

    미생물에게 어 떤 의미가 주어지는지를 이해하려 면 우리는 물방울을 그 속 에 사는 녀석들과 함께 수치로 따져 추론해보기만 하면 된다. 우리가 규조류 의 무게를 하나씩 개별적으로 재보려 한다면 그만큼 매우 정교한 저울을 함 께 갖추고 있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에 반해 바다의 조류들을 다 합친 전 체는 그 무게가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무나 양치류나 풀들을 비롯하여 그 밖의 식물들 모두를 다 합친 양보다 더 많이 나간다. 조류에 불과할 뿐이지만, 잘 보아두도록 하자! 


    거기서 우리 물방울에 있는 단세포동물들에 대해서는 아직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이제 당신이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수의 규조류, 갑조류(甲陳類), 작은 발광동물이나 윤충류들이 나타나는지를 알게 되었다 면, 그 다음으로는 재미삼아 1 리터 속에는 얼마나 많은 물방울이 들어 있는 지를 산출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0.0007밀리미터 길이의 청녹색 반조류 (Halbalge)인 프로클로로코쿠스 마리누스(Prochlorococcus marinus)만 해도 단 한 방울의 물속 표본 숫자는 수백만에 달한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모든 바다의 해분에 담긴 바닷물을 다 합치면 1,400,000,000,000,000,000,000리터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된다. 당신도 알겠는가? 바로 그 점이 왜 박테리아와 다른 단세포생물들이 이름을 갖지 않는가 하는 이유인 것이다. 아마 그들 모두를 염두에 두고 있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물론 미생물들의 무리가 서식하는 모습은 서로 다른 집적도를 나타낸다. 이 자그마한 녀석들이 햇빛과 산소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는 해수면만이 아 니라 그 아래서도 똑같이 많은 수를 찾아볼 수 있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생존 에 불리한 심해에서는 미생물들도 버텨낼 수 없으리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파룩 아잠이나 크레이그 칼슨과 같은 연구자들은 우리에게 더 나은 걸 가르 쳐준다. 사실 바닷물에는 몇 킬로미터나 되는 깊은 곳이라 해도 온갖 미세한 유기체들이 잔뜩 들어 있다고 추정할 수 있으며, 지속적으로 새로운 종이 발 견되고 있기도 하다. 


    생물학자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그 왜소한 녀석들이 지 닌 내구력이다. 많은 녀석들은 부식성 있는 뜨거운 유황 곤죽 속에서도 마치 욕조 안에 들어가 있는 한스 알버스 마찬가지로 흐뭇한 기 분을 느낀다. 다른 녀석들은 아예 산소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고세균들은 수 킬로미터 깊이의 해저에서도 메탄결합물을 으깨 먹는다. 그 렇게 해서 녀석들은 매년 30만 톤의 바다 속 메탄올 생존 에너지로 바꿔놓는 다. 그것은 우리한테 온실가스로 축적되어 남은 엄청난 양이다. 고세균의 게 걸스러움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지상의 기온은 엄청 더 무더웠을 것이다. 


    남 극에서는 또 다른 극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곳이라면 특히나 호수란 호수는 모두 밑바닥까지 꽁꽁 얼어붙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빅토리아 계곡 의 비다 호수(Lake Vida)는 수심 20미터 아래로 내려가면 얼지 않은 물이 보인 다. 그만큼 염분이 많기에 얼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여기서조차도 ‘극한 환 경에서 서식하는’ 세균들을 찾아볼 수 있다(extremophil이란 말은 생물학에서 극 단적인 것을 선호하는 성향을 지칭하는 말이다).



    세계의 어느 구석이라 해도 단세포생물이 살지 않는 곳은 없어 보이고, 그 때문에 그들의 생물량에 대한 평가는 거의 해마다 상향조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암석 속 깊은 곳에서도 그들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수 백만 년 된 퇴적층 속이었다. 지중해에서 파낸 천공심이 아주 활발하고도 극 히 낯선 모습의 단세포생물들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현재의 추정으로는 우 리 행성에 있는 생물량 전체의 대략 30퍼센트가 수 킬로미터 깊이의 해저에 산다고 알려져 있다. 거기서는 마치 이 위쪽에 사는 우리에게 신선한 공기가 그런 것과 비슷하게 황산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방울 속

    204) 독인 함부르크 태생의 유명 배우이자 가수이다. 의 우주 이후로 돌멩이 속의 코스모스가 다음 타자로 또 놀라움을 가져다줄 수도 있겠으나, 그러면 이번 장이 끝없이 길어지고 말 것이다. 지금 벌써 고 래와 상어가 자기네들은 언제나 끼워주게 될 거냐고 야단이다.


    미생물은 모든 먹이사슬의 처음에 위치하며 가끔은 그 끝자리를 차지하기 도 한다. 그들은 환경의 보안관으로서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며 우리의 대기 권을 유지해준다. 가끔 그들은 우리를 병들게 하거나 또는 무덤 속으로 들어 가게 만들기도 하며, 항생물질을 씨서 그들을 물리쳐 내려고 하는 사람도 그 들의 적응능력 때문에 그 노력이 허사가 되고 마는 일이 심심찮게 종종 일어 난다. 녀석들은사람이 알아보기에는 너무 크기가 작은데, 그것이 우리의 본 래적인 문제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상상 속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작은 지배자들은 우리에게 다양한 방식 으로 유용하게 쓰일 수가 있다. 사람들이 바다의 기름막을 방제하는 데 박테 리아를 투입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던 것은 하필이면 사담 후세인 덕 분이었다. 


    당시 이라크의 대통령이던 그가 1991 년에 쿠웨이트의 원유 운반 시설을 파괴했을 띠L 새어나온 기름이 해안 가까이에 덩어리로 뭉쳐서 시꺼 먼 아스팔트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박테 리아매트가 놀랍도록 빠 르게 서식하면서 기름 잔류물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이 경우에서도 중요한 점은 그들이 컨소시 엄 같은 것을 이루고 있다는 것으로, 그 가장 상 = 시아 노박테리아가 차지하고 있었다. 복잡한 규칙에 따라 협 력이 이루어졌으며 이 러 미생물 종들을 포괄하고 있었다. 브레멘의 막스 플랑크 해양생물학연구 소, 뮌헨 공과대학,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가자<Gaza)의 환경탐사 • 환경보호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1998년에 독일인의 지휘 아래 이 세균매트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가자 인근에서 기름 잔류물을 신속하게 장악할 부대와 식 물보호제를 투입하려고 시도하고는 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이라는 여건 아래서 유감스럽게도 그 진전은 더듬거리기만 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튼 이 컨소시엄들은 개별적으로 협 력하는 모습들에 따라 상이한 효율 을 보이고, 따라서 처방약처럼 혼합되기도 한다는 점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점 때문에 재미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머지않아 박테리아매트 가 상용화되어 환경파수꾼에게 판매될 경우, 그 첫 질문은 이렇게 되지 않을 까. “당신 컨소시엄은 100킬로미터 면 대체 얼마나 들어가야 합니까?” 아울 러 그것이 기름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그 값은 그만큼 더 높게 매겨지게 될 것이다.

    그건 자동차산업으로선 꿈속에서나 그려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는 한가지 개념에 대해 이제까지 여러 번 들어온 셈이다. 바로 플랑크 톤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대체 뭘 가지고 플랑크톤이라고 하는가? 앤디 워홀은 어떤 사람이라도 미래에는 모두가 15분 동안은 유명해지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언급으로 그는 대중매체의 사회가 다가 왔음을 비꼰 것이다. 그는 세실 드밀(Cecil B. DeMilleF05)의 기념비적인 영화 에 나오는 견해대로 얼떨결에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영 화에서는 1 만 명의 엑스트라들이 단지 거기 있기만 한 것으로 익명의 명예를 얻게 되었다. 그들은 얼마 지속되지도 않는 순간이나마 실제로 중요한 배 역 미국의 지띵한 영화제작자이자 감도으로 흔레오파트라. 십게(The Ten Commandments)의 대표작이 있다. 을 수행한 것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로마 군대도, 모세의 민족도, 관중으로 가득한 콜로세움의 관람석도, 군중의 공포도 없었을 것이다.


    단역배우인 그들은 스크린의 플랑크톤인 셈이다. 모두 몇 달러를 위해서 화면 속을 뛰어다니며 뒤엉켜 육박전을 하면서 머리를 얻어터지거나 대양에 서 증기선과 함께 꼴깍거리며 물에 빠져 허우적대거나 하는 사람들이다. 우 리가 봐도 그들 중에서 제2의 아인슈타인이나 율리우스 카이사르, 소피 숄 (Sophie Scholl),206) 마돈나 같은 인물이 성장해 나오지는 않는다. 플랑크톤들 의 운명은 집단 드라마이다. 플랑크톤의 생존 목표는 남보다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타이타닉 호가 침몰할 때나 로마가 불탈 때, 혹은 은하를 위해 투쟁 할 때 그들은 기꺼이 죽음을 무릅쓰고, 이로써 남녀 주인공들이 서로 포옹하 게 하고 다시금 주역을 맡을 후손들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유명세 를 만들어내는 건 대중이다. 전투를 결정짓는 것은 지배자가 아니듯이 누가 지배할지를 결정짓는 것이 플랑크톤인 것이다. 그것은 알려지지 않은 졸병 이며, 포기해도 좋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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