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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차권을 끊지 않는다
    카테고리 없음 2020. 9. 25. 02:00

    승차권을 끊지 않는다


    해양의 단역배우들에게 기념비를 세워주고자 한다면 그 비명은 이렇게 되 어야 할 것 같다. 알려지지 않은 크릴새우(Krill)에게. 혹은, 알려지지 않은 조류에게. 모두가 다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규정을 벗어나지는 못한 다. 바로 푸른고래그08)나 거대상어와 같이 아가리 큰놈들에게 생존의 기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지배자들로서도 플랑크톤이 없으면 자리에 서 물러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에서 많은 점들이 그렇듯이 플랑크톤이라는 개념은 그리스어에서 온 말이며 ‘이 리저리 방황하는 것’이라든가 ‘떠돌아다니는 것’이라고 자유롭게 번 역된다. 또한 플랑크톤은 승차권을 끊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해류의 교류체계 안에서 그것은 어딘가로 갈 생각은 하지도 않으며, 따라서 떠돌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다수의 플랑크톤 생명체들은 사실 제힘으로 움직일 수 있 는 능력이 있으며 필요할 경우엔 아주 잽싸게 헤엄치기까지 하는 녀석들도 많다. 하지만 떼를 이루는 전체는 해류에 의해서 움직여진다. 작은 요각류 (RuderRiekrebschen)들이 끼기엔 속도가 너무 빠를지도 모르겠지만 대양 이라는 척도에서 보자면 그것은 앞으로 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제힘 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특히 물기둥 안에서 위아래로 오르내린다든지 거대한 규모로 떼를 짓는 데 쓰인다. 동물성 플랑크톤 같은 경우는 수면에서 밤을 보내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반면 낮 동안은 내내 보호가 될 만한 수심 을 찾아 깊이 들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녀석은 엄청난 수심의 고도 차이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플랑크톤의 대부분은 충위의 변동에 지속 적으로 신경을 쓰며, 그 밖에 가라앉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너무 뜨거워진 수역, 모든 것을 휩쓸어갈 듯한 급류, 화학물질로 오염된 수역들을 제외하고 플랑크톤은 어디에서나 보이며 밀도가 높거나 낮은 집적 을 이루고 있다. 이런 점으로 이미 본 미생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엄청난 양을 추정해보게도 된다. 우리가 고층빌딩을 지을 수 있다고는 해도, 그 점 띠문에 인간이나 그 밖의 땅에 사는 모든 유기체들이 평지에 사는 자들이라 는 사실은 하나도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확장해가는 지 역은 길이 곱하기 폭 이라는 좌표로 표시되며 연결된다. 플랑크톤은 그 밖에도 깊이를 구사할 줄 안다. 그들의 생존공간이 깊이에 따라 늘어나는 것은 육지에서 마치 주사위 의 체적이 그 표면적에 비례하는 것과 같으며, 대부분은 이 점을 가지고 그 것이 세계적으로 존재함을 말하게 된다.


    물방울에서 우리는 이미 몇몇 단역배우들을 알게 되었다. 가장 조그만 플 랑크톤을 대표하는 것들一바이러스와 포자들一은 초미세플랑크톤 나치에 대한 저항 = 유멍한 뮌헨의 여대생. 그녀는 오빠 한스 숀과 함께 지항단체인 백장미에 가담한 죄로 치힝 되었다. 원심력을 써서도 이들의 생활공간에서 분리해 내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다. 그 다음으로는 작은 범주인 미소플랑크톤(Nano plankion)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단세포식물과 세균이 며, 그들의 크기도 1 천 분의 1 밀리미터의 몇 배밖에 되지 않아서 사람의 시선에서는 벗어나 있다. 골무에 가득 담긴 물 정도면 2백 만에서 3백만의 세균이 들어 있으나 안 보이 긴 마찬가지다. 그 다음 0.2밀리미터 크기부터 우리는 소형플랑크톤(Mikro plankion)이나 중형플랑크톤(Mesoplankton)이라고 말한다. 중형플랑크톤 정 도의 생명체는 정확히 들여다볼 경우 최소한 형태와 색깔을 인식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점처럼 보이기도 하며, 밝은 눈이라면 2밀리미터 크기로 가장 큰 중형플랑크톤을 대표하는 녀석은 광학기기의 배율을 빌리지 않아도 인지된 다. 그런데 어째 일이 굼벵이 유럽무족도마뱀(BlindschleicheF11)처럼 내쳐진 녀석에게도 흥미를 끌게끔 돌아간다. 왜냐하면 네 번째 범주의 유기체인 대 형플랑크톤(Makroplankton)은 2센티미터나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플랑크톤을 말할 때면 보통은 그런 크기를 떠올린다. 구름처럼 바 다를 떠다니며 군집을 이루는가 하면, 그것은 또 우리 행성에서 가장 커다란 생명체의 배를 채워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2센티미터라는 표지를 넘게 되면 거기서부터는 초대형플랑크톤(Mega- 혹은 Megaloplankton) 이 시작된다. 여기엔 비단 바글거리는 수많은 작은 물고기들만이 아니라 크 기가 9미터까지나 되는 해파리도 포함된다. 잠깐, 뭐라 그랬지? 9미터라고? 그것도 플랑크톤이란 말인가? 그럼, 물론이다! 그 말의 뜻을 우리가 한번 생각해보자. 플랑크톤이란 존 재는 그 원래의 의미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자이다. 그들은 해류를 거슬러 헤엄치려는 생각은 꿈에도 않는다. 아예 그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기 나름의 갈 길이 있어서 그것을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플랑크톤 해파리 같은 녀석은 속옷 다리미질하는 법도 배워두지 않은 것 같’아 보이는 것이, 다리미를 껐는지 안 껐는지 결코 되돌아가 확인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로 보면 플랑크톤이란 개념에는 크기를 비교하는 그 어떤 발언들도 해당된다고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해 해류의 동력에 복종하는 것이면 모두 플랑크톤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 무리는 딱히 어느 방향으로 가려는 법도 없 이 흐름과 함께 헤엄을 칠뿐이다. 제 머리를 가지고서 이것을 지느러미와 꼬 리의 힘을 써서 정해진 방향을 향해 가도록 할 줄一또한 흐름에 거스를 줄 도一아는 놈들은 이른바 유영동물(Nekton)에 속하며, 물고기나 두족류와 고 래 같은 놈들을 말한다. 덧붙이자면 이들은 해양생명체 가운데서 소수에 지 나지 않는다. 그런데 꼬마 에르나가 아는 체를 한다. 세실 드 밀의 영화 속 단역배우들 은 그래도 자기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단 말인 가요?



    꼬마 프리츠가 말한다. 그건 관점의 문제야. 몇 푼 되지도 않는 오불루스 (Obulus) 얻기 위해 홍해를 떠나가게 되는 사람은 또 다른 흐름을, 이를 테면 달러의 경로를 따라가는 것이지. 그는 적어도 세계에 대고 말할 수 있 기를 바라는 거야. 한번 봐봐, 뒷전에서는 가난한 돼지처 럼 사는 그 사람들이 3천이나 되는 다른 단역들과 함께 곧장 물에 뛰어드는 거야. 내 생각은 그래. 이 런 흐름을 허 영심이라고 부르잖아. 이 점에 관해서 프리츠와 에르나는, 그렇게 되면 누구나 어떻든 플랑크톤 인 것이 당연하다고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내가 항상 말해왔거늘, 녀석들은 영리한 아이들이다. 대강의 규칙을 들자면, 플랑크톤의 개체수가 증가하면 개별 유기체들의 크기는 그만큼 더 작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초소헝플랑크톤은 미소플랑 크톤을 능가하고, 미소플랑크톤의 숫자는 중형플랑크톤보다 더 많으며, 이 와 같이 계속 이어진다. 결국 단 한 마리의 큼지막한 해파리 정도의 부피라도 수십억의 단세포생물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이들 말고도 우리는 박테 리아성플랑크톤(Bakteriopkmkton), 세균플랑크톤 (Mykoplankion), 식물플랑크톤(Phytoplankton), 동물플랑크톤(Zooplankton)을 구분한다. 어쩜 이제 당신은 그렇게 전문가만 쓰는 용어들이 많아 지 레 당신 뇌까지도 신경플랑크톤으로 바뀌어버 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지 만, 책장을 넘겨버리기 전에 이미 아주 간단하다는 확신이 갈 것이다. 박테 리아성플랑크톤, 그것은 박테리아를 대표하는 녀석으로서 기념비적 창조물 가운데서도 가장 작은 단역배우들인 셈이다. 세균플랑크톤은 균류다. 식물 플랑크톤은 광합성 능력을 가진 녹색의 식물성플랑크톤인데, 그중에는 단세 포의 돌말류(Kieselalgen, 규조류), 와편모조류 유공충류(Foraminiferen) 같은 조류들이 있다. 대기권 산소의 절반 정도는 그 들이 함께 생산해내는 것이다. 게다가 지상의 많은 이산화탄소가 해양의 식 물플랑크톤에 묶여 있는데. 그 양은 우림이 붙들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다一 넘쳐나는 과잉분을 심해에 가라앉힌다는 생각을 하면 흥미롭지 않을 수 없 다. 그만한 양이 없어지는 것이다. 다만 이산화탄소가 조류의 식욕을 돋운다 고 하면, 예상 밖의 그런 포식으로 인해 통제하지 못할 정도의 증식 사태가 초래되는 것이나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현명하게 세 게를 내다보기라도 하듯, 오존 구멍을 내놓은 것은 아주 실제적이다. 조류들 에게는 햇빛 자체가 바로 양분이 되기도 하지만, 걸러지지 않은 자외선은 식 물플랑크톤을 광범위하게 감소시키기에 적합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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