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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플랑크톤 만이 아니다카테고리 없음 2020. 9. 25. 03:30
동물플랑크톤 만이 아니다
끝으로 동물 플랑크톤은 몸 형태가 잘 보여서 좋은데다 동물의 삶을 산다. 거기 속하는 것으로는 아주 작은 어류나 갑각류, 좀 큰 어류의 유충들, 여러 가지 모족류 시와 그 유충들, 해파리, 불가사리 둥둥 에다 많은 것들이 더 있다. 이들은 모두 심해 속으로 삼켜지지 않으려면 계속 해서 애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자그마한 지느러 미, 노처럼 생긴 다리, 긴 털과강모들이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수위를유 지하는 것은 비단 동물플랑크톤만이 아니다. 식물성 플랑크톤도 또한 온갖 가시나 긴 털 및 회전하는 편모들을 동원해서 중력에 맞선다.
보통 동물플랑크톤이라고 할 때 생각나는 것은 작은 갑각류 동물들이다. 실제로는 요각류(Copepcxden 혹은 RuderfbBkrebschen)가 14,000종이나 알려짐 으로써 동물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갑각류(Cmstacea)를 대표하는 이 동물은 담수건 염수건 모든 수역들에 살고 있다. 지하수라 해도 그들이 없는 것이 아니다. 더 깊은 곳에 사는많은 요각류는 눈도 필요하지 않으며 지극히 느긋 한 생활 템포를 드러내는데, 이 때문에 그들은 그 종의 메투살렘이라고 여겨 진다. 대양에서도 그들을 볼 수 있어서 1 제곱미터에 수천 마리의 표본이 보 이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한바다에서는 그 대부분이 유럽새우처 럼 쪼그맣 게 생긴 것들로 우글우글 떼로 떠다니며, 작은 노 같은 수많은 다리에다 긴 더듬이와 풍만한 알주머니를 달고 있다. 녀석들은 식물플랑크톤을 억수로 많이 먹어치우다가 그 자신도 물고기나 고래에게 먹히는데, 명목상으로는 지구 생물량의 가장 큰 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된다. 녀석들과 머리를 맞 대고 있는 다른 후보자는 남극의 크릴이다. 크릴에 대해서도 똑같은 주장이 제기되는데, 내기의 최종결과는크릴의 승리다.
얼핏 보면 크릴은 요각류와 구별되는 별다른 점이 없으며 다만 조금 더 커 보이기만 할 뿐이다. 크기가 6센티미터까지 되니. 그것은 이미 대형플랑크 톤에 속한다. 크릴에게서도 작은 유럽새우처 럼 생긴 갑각류의 외양이 문제 가 된다. 그 이름도 익살스럽게 들리는데, 사실 크릴이란 과학적 개념이 아 니라 고래 먹이를 지칭하는 노르웨이 말이다. 특히 남극에서는 크릴이 왕이 강모& 가진 갯지 렁이 등의 환형동음. 다. 이 자그마한 갑각류의 주된 일이란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것이다. 남극지 방에 서식하는 것은 어느 것이든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크릴을 먹고 있 으며, 그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흰긴수염고래나 참고래 같이 거대한 수 염고래여서 이들은 매년 4천만 톤의 크릴을 먹어치운다. 이들이 먹는 나머지 2천만 톤의 먹이는 남극지방의 물고기들로 충당된다. 펭귄도 주둥이 한가득 머금기를 즐기고, 앨버트로스라면 한 끼 정도는 역시 발광 먹이로 때우는 것 을 싫어한다고 할 수 없다. 많은 크릴 종들은 냉광을 발한다. 남극지방에 밤 이 되면 녀석들은 바닷물을 유령처 럼 밝힌다. 또한 두족류도 녹색 내장을 가 진 투명한 갑각류 동물을 좋아하는데, 그런 색깔은 크릴과 녹색의 규조류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이다. 기각류도 물론 노른자위를 차지하려고 해서, 몇 가 지 종들이 포식하는 것도 다른 것이 아니다. 그들이 먹어치우는 왜소한 갑각 류가 매년 1 억 3천만 톤씩이나 되므로 암수 크릴들은 24시간 내내 번식하느 라 여념이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일도 잘 해낸다.
어렸을 적에 나는 길이가 30미터도 넘는 고래가 어떻게 그처럼 자그마한 지방덩이 한줌 정도로 지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하지만 남극 지방의 크릴만 가지고도 그 생물량의 무게가 7억 5천만 톤이나 나간다는 점 을 똑똑히 봐둔다면, 진탕 포식할 수 있는 드넓은 연회장과 잔뜩 배가 부른 고래의 모습도 상상이 갈 것이다一크릴 한 접시 더 하지? 아냐, 아무래도 난 그만해야겠어! 그렇게 수가 많다는 점 에서 남극의 크릴은 요각류를 능가한다. 그 어떤 종 도 한대산(寒帶産)인 크릴만큼 기가 막힐 정도로 빠르게 중식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특히 해류의 진행에 숨겨져 있다. 당신은 백색의 대륙을 쉬지 않고 감 싸 도는 극지순환류를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마구 떠밀리며 소용돌이 급류 한가운데로 휩쓸려 들어갔다가 어떻게 아르헨티나 남쪽을 평온하게 지나오 게 되었는지는 당신도 알지 않는가? 우리는 심해를 벗어나 해수면으로 나왔 었다. 양분이 되는 것들도 우리와 더불어 얼음처럼 차가운 수역으로 엄청나 게 많이 도달하게 되었는데, 그중에는 식물플랑크톤도 있었다. 그리고 크릴 갑각류는 식물플랑크톤을 좋아하기도 해서, 꼬마 프리츠가 제 생선토막을 대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들은 오로지 그것만 먹고 살아가는 것이다.
대개 식물플랑크톤은 수중에 서식하는 많은 녀석들의 주식이 된다. 그런 데 그것을 잘 먹으려면 특수한 식기가 있어야 한다. 그 크기가 왜소한 만큼이 나, 아마 우리가 먹는다면 포크에서 늘 빠뜨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크릴 갑 각류 녀석은 지구상의 거친 곳이라 할 지역에 살아오면서도 배부르게 먹을 줄 아는 놀라운 능력을 발전시켜 왔다. 녀석들의 앞다리 쌍은 일종의 포획 바 구니처럼 변형되어 있는데, 이들은 그걸 가지고 현미경으로나 보일 만큼 자 그마한 식물들을 물에서 걸러낸다. 바구니를 꽉 막히도록 촘촘하게 붙여 단 세포의 규조류들이 결코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어떤 동물 도 크릴만큼 막강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이들 의 마술상자는 아직 바닥을 드러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목초지에 달려드 는 소와 마찬가지로 크릴은 총빙에 덤벼든다. 더 정확히 말 하면 총빙 의 아랫면이다. 거기 에는 조류매트가 밀 집하여 서 식하고, 작은 갑 각류는 뻣뻣한 털이 난 다리로 그것을 긁어 먹는다. 크릴 한 마리가 조류로 뒤덮인 10X10센티미터의 넓이에 덤벼들어서 다 먹어치우기까지는 채 1 분 도 안 걸릴 것이다. 하지만 갑각류는 그 얼음 초지를 깡그리 싹 먹어치우지는 못한다. 조류 잔디밭이 충분할 만큼 풍요롭다 보니 종종 작은 갑각류의 눈이 배보다 더 커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 녀석들은 일부 조류 음식을 다 소화시키 거나 반쯤만, 혹은 소화도 안 시킨 채 작고 동글동글하며 끈적거 리는 덩어 리 로 뭉쳐서 다시 몸 밖으로 내놓는다.
그런 일이 일어날 즈음이면 남극에서는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그런데 남극지방에서 눈이란 특별하달 것도 없는 것이지만, 물속에서는 떠다니는 언음이 모여서 덩어리로 얼이손은 것이다. 사정이 다르다. 바다의 눈은 천천히 가라앉는 허연 입자라고 일컬어지며, 이 것을 미루어 갑각류 플랑크톤의 활동을 추정해보게 된다. 또한 다른 곳에서 는. 갑각류가 먹을 때면 온 지구에 눈이 내린다는 말도 있다. 이 눈이 소록소 록 끊임없이 내리는 자원인 것이다. 이따금씩 해류는 영양분이 많은 조그만 덩어리들을 다시 위쪽으로 떠오르게 하는데, 그 결과로 조류들이 번성하여 드넓게 퍼져나간다.
걸러먹는 작은 갑각류로서야 그 모든 일들은 전혀 예상 치도 못한 것들이며, 자신의 눈이 탄소와 결합하여 1 천 년이 되도록 심해에 머무를수도 있으리라는 점 역시 알 턱이 없다. 눈은 그처럼 엄청난 양의 탄 소를 심해대로 펌프질하듯 밀어 보내는 셈인데, 그래서 눈을 ‘생물학적 펌 프(biologische Pumpe)’라 부르기도 한다. 눈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상당수의 바다 서식자들에게 양분으로 쓰이기도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 또한 간 접적으로는 갑각류를 먹고 사는 셈이다. 이들이 어디에 있건 눈은 내 린다. 적 당하게 내리기도 하지만 폭설이 내릴 때도 있다. 남극지방은 결국 눈보라가 그렇게 심하게 몰아치는 곳이므로 지느러미를 가진 놈들은 그리 혼하게 보 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플랑크톤의 눈이라는 것은 잡아먹고 잡혀 먹히는 것이 분주하게 서로 꼬 리를 물고 추적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생태 범신론자<Okopaniheist)가 즐겨 훈계하는 말一이 세계에서 모든 것은 하 나이며 서로 엮여져 있다는 점一은 또한 실용주의자들에게도 생각해볼 점이 되어준다. 그 밖의 어디서도 먹이그물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내용이 그처 럼 분명하게 되지는 못한다고 하겠다. 태양이 에너지를 제공하면 조류들은 그로부터 엽록체의 도움을 받아 당분과 전분을 합성한다. 조그만 갑각류가 이 조류를 먹고 배설을 한다. 그의 똥은 물고기나 해삼이나 달팽이들과 같은 다른 유기체에게 먹이로 쓰이고, 이들 또한 나름으로 더 큰 동물에게 잡아먹 히며, 이 큰 동물들도 더 큰 동물에게 먹이가 된다. 끝으로 아주 큰 동물들까 지도 가장 작은 것들을 즐겨 섭취하니까 플랑크톤은 바다에서 전반에 걸친 부양자의 역할을 맡는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