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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론을 제기할 것이 없다
    카테고리 없음 2020. 9. 25. 06:30

    이론을 제기할 것이 없다


    일례로 나 같으면 개인적으로 굴을 좋아한다. 하지만 누가 그것을 소금 친 콧물이라고 헐뜯기라도 하면 나는 한없는 이해심을 발휘해야만 한다. 식욕 이 나도록 설명의 말을 들으면 그것이 식욕을 돋운다. 명망 있는 요리사들이 크릴 맛이 난다고 말하면 크릴 맛도 좋은 것이다. 그런데 그 작은 갑각류 녀 석은 하도 잽싸게 도망을 치곤 하니까 작은 크릴새우 녀석은 초당 60킬로미티가 님 는 속도로 뒤쪽으로 뒹겨나가면서도 적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는다, 여차하는 순간 녀 석 은 주방 안으로 떨어져 내 린다. 현재 크릴은 주로 공장에서 물고기 사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그 점에 대해서는 하등의 이론을 제기할 것이 없다. 절멸시키는 것과 단호하게 사용치 않는 것 사이에는 일련의 의미심장한 격차가 존재한다. 물론 일본에서는 크 릴새우가 진미식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 은 그저 고래들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기나 바라는 것뿐이다. 아무 려나, 나는 일본의 어린이들이 그 문제에 대한 세련된 해결책을 찾아냈다고 인정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 어 린이들이 대꾸하는 말대로, 고래가 죽으면 그 가련한 녀석도 굶주리는 일이 없을 테고, 따라서 우리도 그걸 같이 먹기 만 하면 된다는 말이다一물론 순전히 학술적인 목적으로 먹는단 말이겠지만.


    플랑크톤으로 돌아가자. 그것을 속속들이 제대로 취급하려 한다면 아마 이 책에서 다른 것들은 하나도 다루지 못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최 상위의 분류 정도만으로 제한토록 한다. 전문적인 개념이니까 주의하도록 경고! 염수플랑크톤(Haliplankton)과 담수플랑크톤(Limnoplankton)의 구분 징 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 나는 맹세코 이 개념들을 다시 쓰지는 않을 텐데. 딱 한 번만 더 써보자. 염수플랑크톤은 바다에 살고 담수플랑크톤은 민물에 산 다. 그래서 우린 차후로 이 두 종류를 바닷물플랑크톤(Meerwasserpkmkton)과 민물플랑크톤(SiiBwasserplanklon)이라고 부를 것이다.



    우리에게는 바닷물플랑크톤이 더 흥미로운데. 그건 그것이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는 순수하게 플랑크톤 형태 말고 다른 놈들의 유증도 볼 수 있다. 이놈들은 다 자라면 더는 플랑크톤이 아닐뿐더 러 이들을 잡아먹기 도 하는 녀석들이다. 해가 갈수록 과학에서는 바다에 살면서 새끼가 유증단 계를 거치는 거의 모든 저서성 종들이나 산호에서 사는 종들이 제 어린 새끼 를 플랑크톤의 유아방에 떨어뜨려 넣어 놓고, 따라서 자유롭게 유영해 다니 는 상태에 있도록 한다는 사실을 발견해내게 되었다. 무책임하다고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사는 곳들은 매 순간마다 금방 흰긴수염고래가 모퉁 이를 돌아 나와 들이닥쳐서 자식들을 삼켜버 릴 수 있는 곳들이다. 사실 유랑 자족속에 머물면 일련의 유리한 점들이 잔뜩 생기게 된다. 해면, 연충, 달팽 이, 성게, 산호, 조개, 커다란 갑각류들의 유충이 플랑크톤 생활을 하기에 제 격인 것도 다 까닭이 없지 않은 것이다. 녀석들은 노처럼 생긴 수족을 쓸 수 가 있어서 떼를 지을 수 있다. 그렇게 성체로의 변신을 기다리다가, 때가 되 면 그제야 산호폴립이나 성게가 생겨나면서 아래쪽으로 귀로에 올라 같은 녀석들이 사는 곳에 터를 잡고 정주한다.


    정착성이거나 밑바닥에 사는 동물들은 사냥의 가능성에 제약이 있을 수밖 에 없다. 사납게 추격하며 사냥하기는 배제된다. 그러니까 그들은 가까이 다 가오는 것들이나 고대하면서 냅다 달아나지 못하는 녀석들로 만족한다. 당 당해 뵈는 갑각류도 이런 식으로 성심을 다해 접근해가며, 해삼도 성큼성큼 다가들며 퇴 적물을 센티미터 단위로 조금씩 걸러먹는다. 산호폴립은 움직이 거나 기어 다니지 못하고 단단히 붙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조그만 팔을 내뻗 어 굴러 지나가는 스낵류를 낚아챈다. 이에 반해 갑각류나 연충의 유충이라 면 정착해서 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녀석들이 어떻게 배를 채운단 말인가? 엄마 벌레가 녀석 에게 젖병 같은 것을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바다 밑바닥을 싸돌아치려면 어린 벌레새끼는 힘을 키워야 하는데, 그래서 부유기간을 거 치며 플랑크톤 떼에서 사춘기를 보낸다. 이때 녀석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 며 실컷 배를 채울 수 있다. 그 모든 과정은 말 그대로 결코 그리 특이한 것도 아니다. 많은 육지식물도 그와 비슷한 방식을 취한다. 그것들도 있는 곳에 단 단히 붙어 있으면서 제 흘씨를 여행으로 떠나보낸다. 그러면 바람이 그것을 온 땅에다 분산시켜 준다. 바다의 바람이 해류인 셈이고, 그렇게 해서 정착 성이건 발이 더딘 생명체이건 제한 없이 퍼뜨려질 수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담수 쪽의 분파에도 우리의 시선을 줘보자. 우리는 흔히 그것 이 달갑지 않은 것이라고 알고 있다. 하천이나 호수에 영양분이 많은 물질들 이 넘쳐나게 되면 식물플랑크톤은 엄청나게 포식할 채비를 하며 급격히 중 식하게 된다. 그런 결과 해당 수역은 돌변하여 금세 산소가 부족한 녹색의 개 펄 황무지(Schlickwiisten)로 변해버 리고 만다. 물고기와 다른 서식 생물들에 게는 공기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 전에 생기발랄하던 생존공간이 하룻밤 사 이 에 풀처 럼 끈적끈적한 황무지로 바뀌는 것이다. 작은 바다이건 한바다이건 이미 많은 것들을 감내해왔지만, 물론 영원토 록 감당할 수 있지는 못한다. 독일 북부의 발트 해는 이미 여러 번이나 밥숟 갈을 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오염된 바다 중의 한 곳이 연속적으로 죽 어나가게 되는 데 대한 책임은 다른 누구보다도 덴마크의 돼지 사육업자들 에게 있다. 




    수천 톤씩 쓸려 들어가는 돼지분뇨는 식물플랑크톤의 입맛에도 아주 잘 맞는다. 동부독일과 스칸디나비아 사이의 나머지 피조물들은 다소 의 차이는 있지만 얼른 죽어버 리는 것으로 그 못된 짓거리에 반응을 보인다. 그러고 나면 바다의 단역배우들이 악명을 얻게 된다. 그것도 워홀이 말한 15 분을 훨씬 상회해서 말이다.


    산호도시에서의 하루 바다. 근사하고 원만한 개념이다. 우리 지구를 뒤덮고 있는 어마어마한 크 기의 이 유체로 이루어진 생활공간을 서술하는 데서 그 개념을 쓴다는 것은, 이를테면 프리다 아주머니(Tante Frieda)2》이의 특수한 성격적 특징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인류라는 단어까지 들먹이는 격이나 마찬가지이다. 우선 심 연을 가진 한바다가 있다. 아무런 윤곽도 없이 푸르기만 한 황무지 이다. 그와는 완전히 다른 해안영역도 있다. 여기 사는 생명체들은 간만과 더 불어 살며 습지와 건조지대의 두 세계에서 최선의 것을 얻어내도록 적웅되 어 있다. 또 얼음바다와 열대바다, 내해와 대양, 천해와 빛이 안 드는 심해가 있다. 이런 우주들은 그 어느 것도 다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것들이다. 심해 해구의 피조물들이 모래톱이나 덮는 얕은 바다(Wattenmeer)에 서식하는 생물들과는 다르듯이, 아마존 하구에서 보이는 종의 다양성은 북해 에서 보 이는 생명체들의 사회와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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